5801 S Ellis Ave, Chicago, Illinois 금요일, 토요일. 언제가 좋을까? 햇살이 따사롭게 부서지는 오후, 학생 식당 테라스에 앉아 맥북 화면을 들여다보는 민현의 입가에 그림같은 미소가 떠올랐다. 샌드위치 봉지를 들고 그 앞을 지나가던 프레드는 민현을 알아보고 우뚝 걸음을 멈췄다. "Hey, Roy! What are you looki...
살다보니 별 희안한 일이 다 생긴다고 생각했다. 마른 침을 꿀꺽 모아 삼킨 나는, 내 앞에 선 황민현의 너르고 잘 뻗은 어깨 너머를 쳐다보았다. 룸메이트이기도 하고 스케쥴 없는 날이면 같이 운동을 다니느라 너무나 익숙해져 눈을 감고 더듬어도 알아볼 수 있는 그 애의 어깨는 긴장으로 잔뜩 경직되어 있었다. 나보다 두 뼘은 더 큰 키와 단정하게 잘생긴 얼굴도 ...
7. 꼬박 일주일을 앓고서야 성운은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어느정도 몸이 회복 됐다지만 약간의 미열이 남았다. 하지만 성운은 몽롱한 머리를 애써 모른체하며 등교를 해야한다고 책가방을 매었다. 왜냐하면 다니엘이.[나 때문이죠? 햄 아픈거.]그 날 이후로 한번도 자신을 보러 찾아와 주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아픈걸 빤히 알면서도 일주일 넘게 코빼기도 ...
4. 작고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는 고등학교가 딱 하나 있다. 아직은 낯선 붉은 지붕의 새 주택에서 학교까지는 걸어서 꼬박 15분이 걸렸다. 아침에는 혼자 헤매다시피 왔던 이 길을 다니엘과 함께 걸으며, 성운은 든게 없어 가볍기만 한 가방 어깨끈을 양손으로 꼭 움켜 쥐었다. 볕이 따사로운 오후, 아직 해가 중천에 떠있을 지금같은 시간에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는...
1. “아, 엄마. 나 진짜 싫어.”“얘는? 잔말말고 안 탈래?”“아, 진짜 시골가기 싫다고!” 오만인상을 찌푸리며 성운은 빼액 소리질렀다. 죽어도 차 안에 오르기 싫다는 고집어린 의지를 표명하고자 하는 나름의 발악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콧방귀를 뀐 성운의 엄마는 엘리베이터 기둥에 매달린 마른 팔을 잡아 끌어 단번에 차 안에 구겨넣었다. 발버둥치는 아들에...
#3. 민현이 떠나고, 성운은 침대헤드에 등을 기대어 앉은채로 한참동안 생각에 잠겼다. 삐리릭- 멋없게 울리는 알람소리가 적막을 깨우자, 검게 가라앉아 있던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왔다. 탁자를 더듬어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어느새 오전 수업을 위해 매일 울리게끔 설정해 둔 기상 시간이었다. “10시 10분...” 평소 같으면 활기찬 하루를 준비할 이른 아침....
#2.문이 열리자마자 성운을 벽으로 밀쳤다. 부딪힌 뒷통수가 아픈지 찡그린 두 눈에 맺힌 물기를 다정하게 혀로 쓸어주었다. 그러다 시선이 마주쳤다. 겁이 베인 눈을 지긋이 바라보다가, 입술을 아래로 미끄러트려 다시금 성운에게 키스했다."읍, 윽!"언뜻 보기에도 통통해 보이던 성운의 입술은 직접 입을 맞춰보니 그대로 집어삼키고 싶을 정도로 말캉한 감도가 제 ...
"...좋, 좋아해, 민현아!" 솔직히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계속 억누르고, 참고 또 눌러봤지만 혼자서 키워 온 내 마음이 더 이상 어떻게 할 수도 없을 만큼 잔뜩 커져 있어서. 터지기 직전까지 팽팽하게 꽉 차올라 금방이라도 팡 하고 터져버릴 풍선 같아서. 그래서 고백하기로 마음먹었다. 같은 반이지만 제대로 대화조차 나눠본 적 없고, 항상 힐끔 몰래 시선...
4. “어서오...” “안녕하세요.” 다음 날 어김없이 카페를 찾아온 남자를 보고 성운은 눈에 띄게 흠칫 놀랐다. 긴장한 성운을 아랑곳하지 않고, 평소와 같은 단정하고 말끔한 모습으로 카운터 앞에 선 남자는 평상시와는 조금 다른 주문을 했다. “자몽에이드 한 잔이랑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진하게 해주세요.” 웬 아메리카노. 떨떠름하게 샷을 내려 두 잔의 ...
1. “형, 진짜 나 힘들게 할거에요?” 민현의 성난 어조에 찔끔한 성운은 오물거리고 있던 감자칩 대신 제 혀를 씹었다. 아파서 데구르르 몸을 구르다가 이게 다 민현의 탓인 것 같아 짜증이 치밀었다. 아, 또 왜애. “형 또 침대에 누워서 과자 먹었죠? 이 부스러기 좀 봐. 쓸어도 쓸어도 끝이 없네.” “야아, 남자 사는 집에 모 그럴수도 있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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